2019.11.09 345

중앙일보 [김동호의 퍼스펙티브] 한·일 경제협력은 ‘양국 생존 위한 운명적 선택’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소용돌이치면서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 그 틈에 끼어 가장 강력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안보는 한·미·일 3각 동맹에 기반을 두고, 경제는 중국에 축을 두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징용 피해자를 둘러싼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이 경제로 번지면서 최악의 지정학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 격랑에 휘말린 한·일 양국 기업인들이 ‘미래설계(Shaping the Future)’를 주제로 6~8일 열린 ‘도쿄포럼 2019’에서 머리를 맞댔다. 토론에는 한·일·미·중 전문가 150명이 참석했다. 최종현학술재단 이사장으로 이 포럼을 조직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홍구 전 총리를 비롯해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나카니시 히로아키 일본 경제인연합회(경단련) 회장 등 한·일 재계 리더가 대거 참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행사장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만나 양국을 대표하는 경제인들이 적극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한·일 정상회담(24일로 예상)에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먼저 ‘21세기 동북아 지정학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열린 국제관계 세션에서는 미·중 토론자들이 국제 질서를 놓고 관점의 차이를 드러냈고, 한·일 토론자들은 과거의 덫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기본 전제로 풀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북·미 대화가 깨지고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아 ‘블러디 노즈(Bloody Nose·코피)’로 가거나 한·일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사회자 질문(박인국 최종현학술원 원장)에 대한 응답이었다. 포럼에는 1000여명의 청중이 몰려들어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토론자들의 관점과 논쟁을 소개한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한·일 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로 50억 달러를 거론한 것은 분담금 협상을 위한 것이지 주한 미군 철수 의도는 아니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아시아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 무대가 됐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러시아의 존재감도 그 배경이다. 지난 40년간 전향적으로 중국과 교류하자는 ‘닉슨·키신저 컨센서스’는 이제 끝났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고 미국을 위협할 만큼 공격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장윈링 중국 사회과학원 지역안보연구센터장=중국의 급부상이 국제질서를 바꾸어 놓고 있다. 미·중 경쟁은 평화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과거와 달리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어느 쪽도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동북아 3국 간 복잡한 문제와 북핵 이슈도 이런 맥락에서 풀어야 한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지금 국제질서는 국제사회를 이끌어 나갈 리더십이 없는 ‘킨들버거 딜레마’를 우려할 만하다. 19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은 글로벌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일어났고, 세계는 지금도 그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쳤고, 중국은 아직 책임감이 없다. 이 와중에 불거진 북핵 문제는 단계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스몰 딜(Small Deal)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일 수 있다. 꾸준한 비핵화 노력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대사=중국이 미국의 라이벌이 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핵은 현 상태 동결이 아니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돼야 한다.

‘한·일 경제 교류와 미래의 협력방안’을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특별 세션에서는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이 쏟아졌다. 반도체·5세대 이동통신(5G)·액화천연가스(LNG), 3국 공동진출 등 한·일 기업이 협력하면 시너지를 낼 일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태원 회장은 “이런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협력기구로 ‘퓨처 파운데이션(Future Foundation·미래재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함께 해법을 찾고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신뢰를 구축해 나가자는 요지였다. 지정학적 위기를 ‘지경학적 협력’으로 풀자는 취지다. 양국 생존을 위한 운명적 선택이다. 토론은 “한·일관계를 넘어 글로벌 관점에서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회자(오구라 가즈오 전 주한 일본대사) 제안에 따라 폭넓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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