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5 514

매일경제 '10년새 50% 급증한 노동비용이 한국의 수출경쟁력 확 떨어뜨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 국장이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15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강연에서 글로벌 경제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사진설명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 국장이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15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강연에서 글로벌 경제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은 지난 10년간 50% 상승했고 수출 경쟁력은 미끄러지고 있다. 통화정책도 확장 재정도 답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장은 15일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해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특별 강연 후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의 경제 상황을 선진국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국장은 2014년 2월부터 IMF에서 부총재 다음 최고위직인 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대 교수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IMF에 입성했다.

이날 `글로벌과 아시아 2020 경제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 국장은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저 효과로 인한 결과일 뿐 여전히 많은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개도국들의 늘어난 부채 감축 실패, 미·중 2단계 무역협상 불투명성 등을 주요 리스크로 짚었다.

한국 경기에 대해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문제 현상으로 지적했다. 그는 "앞선 일본의 상황처럼 한국 경제 역량도 둔화되고 있는 게 아닌지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 특히 서울에서 생계비는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이 모순이라고 언급했다. 이 국장은 "영화 커피 교육비 등 어느 품목 지수를 보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고 말했다. 물가지수가 떨어지며 경제는 둔화됐지만 정작 체감물가는 하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국장은 특히 이런 상황을 가처분 소득과 연관시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인당 가처분 소득을 예로 들며 "한국은 33위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세금이나 연금 지출이 늘어 지갑이 얇아졌는데 생활 비용은 떨어지지 않아 국민 체감경기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한국 가계의 구매력 지수는 현재 뉴욕을 기준으로 봤을 때 60% 수준으로 대만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 경제를 바라봤을 때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단위노동비용이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집중이 심한 한국 경제에 이 같은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국 수출 경쟁력까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의 추세는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구조를 변화해가는 것"이라며 "한국은 인구문제 같은 강력한 구조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이를 개혁하는 데는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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