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1 557

중앙일보 "큰 정부, 보호무역, 국수주의 도래…코로나 이전 못 돌아가"


최종현학술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 콘퍼런스가 8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종현학술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 콘퍼런스가 8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보호무역·큰 정부·국수주의가 지속할거다.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는 돌아가기 어렵다."

 

‘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 온라인 콘퍼런스
[최태원·홍석현 회장 환영사]

지난 8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웨비나(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나온 진단이다. 최종현학술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웨비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ㆍ최종현학술원 이사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ㆍ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을 비롯해 이준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 등 26인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가 "기존 질서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최 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협력과 상호 신뢰에 기반했던 국제 관계에도 배타주의와 폐쇄성이 앞서게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 회장도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며 "인류는 생존이 걸린 시험대에 올라가 있다"는 말로 환영사를 시작했다. 홍 회장은 "생산·수요의 동시 붕괴로 급속한 자동화와 '일자리 없는 경제회복'이란 암울한 미래가 예고되긴 하지만, 환경·생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지금이 역설적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국가 간 공존과 협력을 강조했다.

두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키워드로 ‘안전망 구축'과 '자리이타(自利利他ㆍ남을 이롭게 하면서 자신도 이롭게 한다는 의미)’를 꼽았다.


최 회장은 "코로나19로 기존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됐다"며 "기존 시스템은 외부 충격에 취약했고, 백신보다 당장 돈이 되는 치료제 개발에 집중됐던 투자 활동은 이윤만을 추구해 온 민간 경제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반성했다.

그는 “코로나19의 확산이 기업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3월. SK그룹은 대구ㆍ경북 취약계층 1500여 명에게 도시락 및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행복도시락 지원 사업을 했다. 사회적 기업들과 함께 도시락ㆍ생필품을 확보하고, 이 지역 SK그룹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도시락 등을 배달했다.


최 회장 "기업, 사회 안전망 제공에 기여해야"

최 회장은 이 경험을 두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업의 역할이 이런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정부와 지역사회, 사회적 기업 등과 함께 공동체를 이뤄 소외 사각지대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안전망(Safety Net)을 제공하는 일에 적극 기여해야 한다”는 자성이다.

최 회장은 "혁신을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만큼, 보다 도전적이고 대담한 제도 도입과 변화에 대한 고민이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현학술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 콘퍼런스가 8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렸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종현학술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 콘퍼런스가 8일 서울 강남구 최종현학술원에서 열렸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키워드로 '자리이타'를 제시했다. 다른 존재를 배려함으로서 더불어 잘사는 지혜를 뜻한다. 이는 개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홍 회장 "미·중은 서로에 책임 미뤄"

홍 회장은 “국가와 국가 간 관계에서도 자리이타는 윈윈(Win-Win)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했다. 이어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 대륙이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팬데믹도 마침표를 찍게 되지만,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유럽은 글로벌 연대에 나서고 세계보건기구(WHO)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또한 한국이 코로나19 초기 실패를 딛고 일어나 방역에 성공한 모범국가가 됐다고 진단했다.“한국은 진단(Test)ㆍ추적(Trace)ㆍ치료(Treat)라는 3T 시스템을 완벽하게 가동한 세계 유일의 나라고, 또 하나의 T인 투명성(Transparency)도 높게 유지했다"며 "(그 결과) 한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소프트 파워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우리의 소프트 파워를 전 세계에 내세울 만한 보편적 가치로 승격시키는 밀도 있는 의미 규정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혁신 기업과 창업 청년들이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역병으로 가장 큰 고통을 강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는 일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직장인 여성이 유튜브를 통해 8일 열린 '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 웨비나를 시청 중이다. 이수기 기자

한 직장인 여성이 유튜브를 통해 8일 열린 '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 웨비나를 시청 중이다. 이수기 기자

한편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 날 웨비나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모았다. 청중 없이 실시간 생중계된 웨비나의 누적 조회 수는 2만4000회에 육박했다. 웨비나는 이날 오전 9시 15분부터 시작해, 오후 6시30분을 넘겨서 끝났다. 좌장과 연사들이 본인 세션 이외엔 청중으로 참여했고, 좌석은 2m 간격으로 띄어 배치했다. 최 회장은 세션 토론 때 "이 상태가 계속된다고 할 때 팬데믹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있는 조치나 사회 시스템 연구의 단초가 있느냐"는 질문을 연사들에 던지기도 했다. 웨비나 전체 영상은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fUC4it9pDMI)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수기ㆍ강기헌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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