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0 692

아시아경제 "팹리스, TSMC에만 의존하는건 불안…K-파운드리 기회 온다"

| 반도체 전문가 신창환 고대 교수

"시장 점유율 20%에서 15%대까지 고꾸라진 K-파운드리. 그래도 기회는 온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대만 TSMC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가 신창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 7일 최종현학술원 주최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미래' 특별강연 및 토론에서 대만 TSMC에 완전히 밀리고 있는 국내 파운드리 기업에도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낙관했다. 고려대학교, UC버클리에서 각각 학사, 박사 학위를 받은 신 교수는 차세대 로직, 그리고 메모리 소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미세공정 한계 돌파를 위한 혁신 반도체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위인 TSMC가 58.5%, 2위인 삼성전자가 15.8%를 기록했다. 점유율 격차는 42.7%포인트로 지난해 3분기 40.6%포인트 보다 더 커졌다. 신 교수는 "이 시장에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첨단 반도체 산업 단지 육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한반도 내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국에 있는 팹리스 회사들이 TSMC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전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팹리스 회사들이 국내 파운드리를 좀 더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많이 하면 D램, 낸드, 파운드리 세 개를 다 잘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창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K-반도체 산업의 강점인 D램과 낸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확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우리가 잘 하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계속 잘해야 한다"며 "기술전환만 순차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투자와 인재 양성을 잘하면 이미 과점 시장으로 변한 D램 산업은 한국이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낸드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큰 경기하락이 오면 미국 웨스턴디지털 같은 기업이 힘든 시기를 경험해 순위에서 탈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감한 것과 관련해서는 "메모리산업 자체가 변동이 큰 산업이어서 업다운이 항상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업다운 주기가 과거보다 짧아져 2년 경기상승이면 1년 경기하락이 따라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그는 "챗GPT가 활성화되면 다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미중 간 첨예한 반도체 경쟁에 대해 "첨단 공정으로 불리는 10나노 이하 반도체 제조 역량은 대만·한국에 있지만 미국엔 없다"며 "미국이 10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오려 하기 때문에 지금 미중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간 반도체 경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첨단 반도체 역량은 3년내 5나노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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