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3 673

문화일보 “33년 현장서 국제역학 배워… 韓위기 넘을 새 인재플랫폼 필요”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생전에 인재 양성을 중시했던 부친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를 맞아, 선대회장의 이름을 딴 학술원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최종현학술원’의 초대 원장은 박인국(68) 전 유엔 대사가 맡았다. 박 원장을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만났다.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 서울대 중문학과를 나온 박 원장은 1978년 제12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공직생활 동안 박 원장은 외무부 군축원자력과장, 대통령 국제안보비서관, 주쿠웨이트 대사,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 다자외교실장, 주유엔 대사, 유엔 평화군축위원회 부의장,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데 현재는 대기업 SK의 선대회장 이름이 붙은 학술원을 이끌고 있다. 어떻게 SK와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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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등교육재단 초기에 미국으로 유학생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면, 1998년 최태원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뒤로는 아시아 학술 교류로 영역을 확장했다. 우선 베이징(北京)대, 푸단(復旦)대, 런민(人民)대, 저장(浙江)대 등 10여 개 대학에 포럼을 만들었다. 또 중국, 몽골,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에 총 18개의 아시아 리서치 센터를 설립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 학자들을 매년 50∼60명씩 초청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와 1년가량 체류하며 연구한 아시아학자가 지난해까지 913명에 이른다. 친한파 학자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처럼 고등교육재단이 꾸준히 성장해 왔는데 왜 학술원을 새로 만들었을까.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가 크게 4가지의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키워놓은 인재들이 집단지성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 필요했습니다. 프린스턴에 기반을 둔 ‘Institute for Advanced Study(IAS)’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최고 학자를 불러모아 몇 배의 봉급을 주고, 아무런 부담을 안 주고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합니다. 선대회장은 우리도 저런 걸 한 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974년 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사비를 털어 유학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이후 45년 동안 박사학위자를 750명 배출했고 박사과정 재학자도 205명입니다. 노벨상 후보가 될 만한 과학자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버드대 박홍근·함돈희 교수, 예일대 천명우·이대열 교수 등이 있습니다. 천 교수는 예일대에서 학부 학장이 됐는데, 동양계로는 처음입니다. 또 스탠퍼드대 이진형 교수, 시카고대 박지웅 교수 등은 4∼5년, 늦어도 10년 내에 후보군에 들어갈 사람들입니다. 국내에는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같은 분이 있고요. 이렇게 기반이 갖춰졌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IAS를 모델로 학술원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중국의 부상(浮上)’ 시대를 ‘아시아의 부상’ 시대로 발전시키는 데 한국의 창조적 역할을 확장해 보자는 취지에서 학술원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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