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8일,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 회장)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공동 주최한 특별강연 <두뇌의 재구성 – 상세와 규모의 공존: 반도체 기술로 여는 대규모 신경망 분석>이 한국고등교육재단 지하 3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하버드대학교 공학·응용과학부 함돈희 석좌교수가 연사로 나섰으며, 신창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대담을 진행했다.
환영사에서 최종현학술원 김유석 대표는 AI 산업이 막대한 전력 소비와 메모리 병목, 데이터 이동 비용 증가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급증하는 AI 연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의 대안으로 뉴로모픽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며, 이날 강연이 관련 전문가와 청중 간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반 신경 신호 측정 플랫폼 iMEA로 7만 개 시냅스 연결망 재구성
이어진 특강에서 함돈희 교수는 기존 신경과학 연구가 오랫동안 ‘정밀성(precision)과 규모(scale)의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수의 뉴런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는 있지만 대규모 신경망을 동시에 관측하기 어렵고, 반대로 넓은 범위를 관찰하면 개별 뉴런 수준의 세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함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이 지난 10여 년간 개발해 온 반도체 기반 신경 신호 측정 플랫폼인 iMEA(Intracellular Microelectrode Array)를 소개했다.
iMEA 시스템은 하나의 칩에 약 4,000개의 마이크로미터(μm) 크기 홀(hole) 구조 전극을 집적한 장치다. 연구팀은 배양한 쥐 뉴런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평균 약 3,600개(90%)의 전극으로부터 동시에 세포 내부 신호를 측정했으며, 최대 3,900개(97%)까지 신호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약 7만 개 규모의 기능적 시냅스 연결 지도를 재구성했다. 이는 개별 뉴런 수준의 정밀한 정보와 대규모 신경망 분석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시냅스 후 전위(PSP)의 양자화(quantization) 패턴을 확인함으로써 측정된 신호가 실제 시냅스 활동을 반영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함 교수는 현재 체외(in vitro) 배양 신경세포 연구를 넘어 살아 있는 동물의 뇌에서 신경 신호를 측정하는 인비보(in vivo)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뇌 조직의 움직임으로 인한 미세 진동과 전극 삽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면역 반응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는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의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 뉴로모픽 반도체
특강 후 이어진 대담에서는 뉴로모픽 반도체의 기술적·산업적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함 교수는 현재의 뉴로모픽 반도체가 아직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구현한 단계는 아니지만, 뇌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기초 연구가 미래 컴퓨팅 기술 혁신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뇌는 메모리와 연산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로, 현재의 폰 노이만(Von Neumann) 아키텍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시냅스 연결 지도를 더욱 정밀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뉴로모픽 칩 설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인 목표는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며 판단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신경과학과 반도체 공학의 융합을 통해 인간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미래 컴퓨팅 기술 혁신으로 연결하는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